별점 | ★4.8/5 |
서평을 적어보기에 앞서 책의 표지만 봤을 때는 공포 소설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욕망이 아닌 욕망이라는 이름의 사랑을 주제로 식물에 비유하여 전개하는 소설이다.
중반부까지 이 책을 읽어내기까지의 든 감정은 '불쾌감'이다.
동생을 화자로하여 자신과 형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를 비추고 있는데, 이것은 가족의 형태를 띄지 않았다. 마치 남이었다.
그럼에도 놓지않고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작가의 필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문장의 호흡이 꽤 긺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잘 읽히는 편이며 이 비극의 끝은 어딜까 궁금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중반부부터는 누구든 정말 재미있게 읽을거라 장담한다.
뻔한 클리셰같은 전개라고 할 수 있지만(나조차도 그런 생각을 잠시 했었다)
이 책이 2000년에 지어졌음을 알았을 때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의 얽혀있는 나무를 보고 남녀간의 초월적인 사랑을 나타낼 수 있는 작가의 상상력이 부러웠다.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길래 인간은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
현실에서 순미와 형,어머니와 노인과 같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사랑 즉 진정한 사랑을 하는 연인은 얼마나 있을까.
어디까지가 욕망이라고 할 수 있고 어디까지가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구태여 그것은 정말 중요한가.
내가 겪어보지 못한 영역을 보며 나는 혼란스러웠다. 아직은 너무 어리기 때문일까.
작품 내내 주인공은 어떠한 만들어진 세계에서 고립되어있고 자신도 그것을 알아차리고 있다.
내 모습이 투영되서일까?
그 순간부터 나는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르고 사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몰랐던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그리고 그 몰랐던 것으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자신이 되돌아 갈 수 없고,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
불행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생각을 빠르게 쳐내고 희망을 가지며 다시 도전하거나 다른 영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행복을 쟁취할 수도 있다. (이는 삶에서 매우 바람직한 자세이다)
하지만 몰랐다면 애초에 이런 상황조차도 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상황에 대한 뛰어난 인지능력은 불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주인공은 특히나 그 능력이 뛰어났다.
더군다가 태초에 형에 비해 열등하게 태어난 주인공을 어찌 미워할 수 있겠는가.
위대한 소설을 남겨 준 이승우 작가님께 감사하며, 이승우 작가님의 소설이 아니더라도 소설을 더 자주 읽어보게 될 것 같다.
추가로, 책을 다 읽고 아이유의 Love wins all을 들어보길 바란다.
나는 아이유의 팬은 아니지만 정말 책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노래이다.
아래에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던 구절을 정리해보았다.
1. 동기가 사랑이라면 모든 것이 용납된다. 사랑은 모든 상황과 문제에 대한 유일한 규범이기 때문이다.
2. 나무가 된 뒤에도 그들은 욕망과 사랑의 감정을 지워 버릴 수 없다.
나무가 된 뒤에도 그들의 욕망과 사랑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나무가 된 뒤에야 비로소 그들은 그들의 욕망과 사랑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
나무가 됨으로써 그들은 사람으로 있을 때는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을 이루었다.
나무는 욕망하고 사랑한다.
나무는 누구보다 더 크게 욕망하고 누구보다 더 간절하게 사랑한다.
큰 욕망과 간절한 사랑이 그들을 나무가 되게 했다.
3. 여기서의 사랑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욕망'과는 달리,
여자와 남자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자아와 타자, 자아와 세계 사이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욕망은 연인 사이의 욕정보다 본질적이고, 동물의 본능적인 욕구보다는 인간적이다.
인간이니까 욕망이 있고, 욕망이 있으니까 인간이다. 사랑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무언가를 바라지 않을 수는 없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를 바라는 것도 인간이니까.
사랑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도 욕망이니까.
4. 모든 나무들은 좌절의 화신이기 때문에 나무들은 언제나 아프고 슬프다.
꼭 한 번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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